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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과를 불문하고, 모든 의사의 진료는 ‘의무기록’으로 남겨져야 합니다. 진료를 했는데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죠.
내가 모르는채, 그 기록으로 인해 향후 문제가 될지가 궁금하실 겁니다.
의료법 제 21조에 의거하여 환자가 아닌 사람이 본인의 동의 없이 환자의 의무기록을 열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향후 본인이 진학 및 취직을 희망하는 기관이, 설령 국가기관이라 하더라도,
또는 가까운 가족도 본인의 동의 없이 환자의 진료에 대한 일체의 사항을 알 수 없습니다.
단, 법원의 영장에 의한 문서제출 명령이 있는 경우, 병역법, 국민연금법 등 미리 법에 명시된 예외는 있으나,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기에, 망설이고 계신 대부분의 경우 해당되지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기록에 대한 두려움 만큼이나 약물에 대한 오해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가장 흔하고 근거 없는 편견 같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충분한 이해 없이 이에 대한 선입관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 같고요.
약물을 드시면서 끊기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심리적 의존성이 생긴 경우인데요. 해당 약물로 만족스러운 효과를 본 경우에 더욱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맛집에 또 가고 싶고, 술이나 달콤한 음식이 당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겠죠. 그렇기에 약물에 대한 생각과 믿음, 감정을 다루는 면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약물의 작동 원리에 대한 전문의의 상세하고 쉬운 설명을 듣는다면 더욱 안심하고 약을 시작하고, 또 이후에는 비교적 편안하게 약을 끊고 병원을 ‘졸업’하실 수 있을 겁니다.
두 번째로, 약을 끊어보겠다는 생각에 환자분이 임의로 기존 약을 아예 드시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금단 증상으로 놀라시는 경우입니다. 어떤 약은 천천히 약을 감량하여 그 혈중 농도를 서서히 낮춰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갑작스런 혈중 농도의 감소로 인해 주 증상이 이전보다 더욱 악화되는 듯 하거나, 여러 신체 증상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문의가 있습니다. 약물 감량을 생각하신다면 그 기간만큼은 더욱 전문의와 상의해주세요.
어쩌면 마음의 어려움이 아닌 다른 문제로 다른 과의 진료를 보신 이후에도 어쩌면 몇 번은 정신과 약물을 드신 적이 있으실지도 모릅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약물이 다른 과 치료에서도 부가적인 효과 증대를 위해 적지 않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경우 어쩌면 모르는 채로 정신과 약을 드셨겠지만 그 후 큰 무리 없이 약 없이도 지내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 마음정원에서는 약에 대한 환자분의 생각을 우선 충분히 듣습니다. 그리고 초진 평가를 통해 약물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그 근거를 설명 드리고 상의한 후 신중하게 처방하고 있습니다.
마음이란 무엇일지, 정신의 본체는 무엇일지를 말한다면 그것은 정답이 없는 화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뇌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최소한 정신건강의학과에서다루는 어려움 중 꽤 많은 증상에는 뇌 신경회로의 이상이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동반된다는 것이 밝혀져 있습니다. 물론 내면의 의식적, 무의식적 갈등과 환경적인 요소, 그리고 스트레스가 그 증상의 발생을 촉발하거나 증상의 호전을 방해합니다.
우리 몸도 자가치유능력이 있을진대 마음도 그러할 겁니다. 하지만 심한 상처나 물리적인 이상이 동반된 몸의 부상을 입고도 의사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일은 거의 없죠. 마찬가지로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등으로 이겨내라는 말을 이미 많이 들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의지는 회복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의지로 이렇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고민하고 계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의 꾸준한 방문, 그리고 그 사이 사이 병원에 오지 않는 때에도 자신을 위로하고 마음을 살펴보고 생각을 정비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은 진정 의지가 있고 용기 있는 분들입니다. 마음을 살피고 좋아지려 애쓰는 것은 마음을 외면하거나 혹은 억누르고 지내는 것보다 때로 더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입니다. 회복의 여정에서 그 길에 보다 익숙한 전문의의 도움을 편안히 받으시길 바랍니다.